베데스다의 심장을 쏴라
scenario
2021. 1. 20. 03:50
크툴루의 부름 7판 동인 시나리오
헤르츠 (@919MHz)
시나리오 후기, 플레이 타임 수집 폼 : https://forms.gle/Gzh6oxw84dBqpPZE9
개요
<베데스다의 심장을 쏴라>는 펄프 크툴루 이용을 강력 권장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펄프 룰을 사용한다는 전제로 작성되었으며, 펄프 룰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은 이 색상으로 표시하였습니다. 기존 7판만을 이용하시는 분들께서는 해당 기능 및 연출을 다른 내용으로 대체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도시는 모두를 위한 곳은 아니다.
<시리얼 시티가이드 뉴욕>, 파브리스 페노트
그 낯설고 기묘한 도시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담배 같은 잿빛 하늘을 네온사인과 비행기 불빛이 가로지르고, 여행 엽서처럼 화려한 마천루 위에 서서 도로를 내려다보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트렌치 코트 자락을 다리에 휘감으며 행선지까지의 여로를 재촉합니다.
휘황한 뉴욕, 그 찬란한 조명 속에 당신과 나는 서 있습니다. 위대한 크툴루를 섬기며 북미 전역을 집어삼키려 드는 교단 를리에의 재림을 막고자 다양한 작전을 수행 중인 방첩 수사 국가기관. 외부에서 반드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 땐 ‘대테러 전략 사무국’ 이란 다소 얼버무려진 이름으로 불리는, 소위 OCSS(Office of Counterterrorism Strategic Service)의 요원 KPC와 PC. 입사한지 몇 달 되지 않은 햇병아리 신입 요원인 PC, 그리고 베테랑 요원이자 PC의 사수인 KPC는 오늘도 뉴욕을 무시무시한 음모에서 지켜내기 위해 빌딩과 빌딩 사이를 뛰며 다양한 작전을 수행합니다.
몇 가지 작전에 함께 돌입하며 팀워크를 쌓아 온 두 사람,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기관 내에 ‘폭주’하는 요원들이 등장하고, 설상가상으로 KPC가 상사를 죽이고 도주하면서부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상부에서는 KPC를 생포하되 반드시 필요하다면 즉시사살이 가능하다는 암시가 담긴 명령을 내리고, 몸을 숨겼던 KPC는 갑자기 권총을 쥐고 PC를 찾아와 ‘뉴욕을 구해야 한다’고 하는데…….
시나리오 정보
주요 소재/키워드 : 로맨틱 코미디, 첩보 요원물, 액션, 활극
인원 : KPC 1인 & PC 1인
추천 관계 : 관계무관 (동료간 신뢰 정도는 있으면 좋음)
KPC/PC 직업 : OCSS(대테러 전략 사무국) 요원
배경 : 미국 뉴욕(개변 가능)
플레이 시간 : 3~4시간
플레이 난이도 : ★☆☆☆☆
키퍼링 난이도 : ★☆☆☆☆
전투, 광기 가능성 : O
추천기능 : 운전(필수), 사격(권총), 은밀행동, 각종 대인 기능
✔ 초심자와 함께 펄프 룰/전투/추격을 익히려고 쓴 입문용 시나리오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펄프와 액션 활극을 맛볼 수 있도록 적은 시나리오이기에 조사 볼륨이 짧고, 난이도는 아주 쉬우며, 대부분의 정보값이 자연스럽게 그냥 주어집니다. 엔딩 역시 하나로 고정되어 있고, 펄프 재능 사용 또한 다회가 아닙니다. 감안하고 플레이해 주세요.
✔ 2편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1편 완결 시나리오로 생각해 주세요!
✔ 차후 공개될 캘리포니아 여행 시나리오 <엠바카데로에서 낭만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와 연계되는 시나리오이지만, 세계관 배경 설정만을 공유할 뿐 독립된 시나리오입니다.
✔ 저 역시 펄프 룰 플레이를 많이 해보지 못해 부족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플레이해주시는 분들께서 매끄럽게 수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배경 세팅 : Queen of Romantic city
를리에의 재림
위대한 크툴루를 섬기는 교단은 아주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미국에서 암약 중인 교단 를리에의 재림, 대외적 이름 <니모파>일 것입니다. 가톨릭 성인인 성 제로니모의 다양한 저서를 연구하여 특이한 교리를 세운 종파라는 점잖은 설명이 대외적인 이미지입니다만, 사실 이 ‘니모’는 ‘포인트 니모’, 다시 말해 위대한 크툴루께서 잠들어 계신다고 전해지는 태평양의 깊은 심해를 이르는 말입니다.
<를리에의 재림>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둥지를 틀고 군집 중인, 동시에 위대한 크툴루를 섬기는(미고는 니알라토텝과 슈브 니구라스를 함께 숭배하지만, 어쩌면 그 외의 신을 섬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룰북 p.290) 미고들과 결탁하여 북미 일대를 집어 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교단이 벌이는 다양한 술수와 음모를 위해 미고들의 지식을 필요로 하고, 미고들은 실험 재료로 쓸 인간을 쉽게 구하기 위해 교단과 약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스족, 뱀 인간 등의 일부가 이 교단에게 지식을 전수해 주고 대가를 받아갑니다. <를리에의 재림> 사제들은 개신교 종파를 가장하여 미국 전역에 다양한 단체와 교회, 재단, 기업, 학교를 세워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입니다.
대태러 전략 사무국, OCSS
이계신을 숭배하는 사교도 교단이 있다면 당연히 교단의 횡포를 막으려는 기관도 있겠지요? 세계 정재계에까지 손을 뻗친 교단을 막고자 다양한 작전을 수행 중인 방첩 수사 국가기관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반드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 땐 ‘대테러 전략 사무국’ 이란 다소 얼버무려진 이름으로 불리는, 소위 OCSS(Office of Counterterrorism Strategic Service)입니다. FBI나 CIA, 국정원 직원처럼 그 가족에게도 자신의 직업을 공개하지 않는 비밀스러운 요원들입니다.
OCSS 요원들은 바깥에서 신분을 증명할 필요를 대비해 각 지역의 경찰 신분증을 소지하며, 실제로 경찰로서 임명도 됩니다. KPC와 PC는 뉴욕 지부에서 근무 중이므로 NYPD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겠네요.
KPC와 PC
KPC와 PC의 관계 및 나이는 KPC가 PC의 선배여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자유롭게 설정 가능합니다. 예전부터 동경하던 선배를 따라 PC가 기관에 입사했을 수도 있고, KPC가 PC를 스카우트했을 수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가 사수-부사수 관계로 만나면서 KPC를 따르게 되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성격이 너무 맞지 않아 업무상황만 아니라면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관계일 수도 있겠지요. 무엇이든 좋지만, PC가 입사한지 최소한 3개월은 지났고, 1년은 넘지 않은 기간으로 설정해 주세요.
뉴욕
초봄, 늦가을, 겨울쯤 되는 계절입니다. 10월에서 4월이 적당하겠네요. 진행 중 록펠러 센터의 아이스링크장에 방문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나리오 내에서는 우선 2월로 가정하고 서술합니다. 적당히 변경해 주세요.
트렌치코트 복장을 강력 권장합니다. 딱히 시나리오 상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뉴욕이라면 트렌치코트를 입어야 한다는 작성자의 소신입니다. 취향이 아니라면 어떤 도시, 어떤 계절이든 좋으니 바꿔 줍시다. 장소 개변도 수월합니다. 복장도 마찬가지로!
아래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시나리오 본문이 시작됩니다.
진상
<를리에의 재림> 교단은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벌어진 큰 손해(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후속작 ‘엠바카데로에서 낭만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에서 확인 가능! 당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를 메우기 위해 유동인구가 어마어마한 뉴욕 시, 그중에서도 맨해튼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센트럴파크 베데스다 분수 ‘물의 천사’ 조형물 안에 신화 생물들의 기술로 발명한 장치를 집어넣어 사람들을 홀리려 합니다.
베데스다 분수 ‘물의 천사’
지배의 혈청(p.273) 기계
뱀 인간들이 사용하는 ‘지배의 혈청’을 내부에 넣고 작동시키면, 일종의 가습기처럼 공기 중에 지배의 혈청이 퍼져 나가는 기계입니다. <를리에의 재림>과 협업 중인 뱀 인간들이 개발해냈습니다. 교단은 이 장치를 베데스다 분수 ‘물의 천사’ 조각상 안에 집어넣었고,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 은연중 지배의 혈청 효과에 노출되어 조금씩 교단에 충성하고픈 마음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OCSS(Office of Counterterrorism Strategic Service)
OCSS 요원들은 기본적으로 핵심 특성치 하나가 90을 넘어가며, 펄프 재능을 가진 영웅들입니다. 더불어 교단 소속의 신화 생물, 사교도들과 전투 도중 단기 광기가 발생하면 광기 재능을 발현할 수 있습니다(펄프 룰을 사용하지 않을 시, 단기 광기가 발생하면 광기 턴 동안 근력/민첩 2개의 기능치가 95로 상승한다고 처리합니다).
OCSS 기관 상층부는 요원들의 숫자 부족을 해결하고 사교도들의 기술에 대항하고자 이스족 몇몇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배경 세팅 <Queen of Romantic city> 내에서 광기 재능은 쓰면 쓸수록 몸에 악영향을 준다는 설정입니다. 광기 재능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이성이 감소되고, 이성이 완전히 0이 된 요원은 영구적인 광기 상태에 빠져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OCSS 상층부는 이러한 장기 광기 상태에 빠진 요원들을 이스족에게 연구 자료로 넘겨 주고, 그 대가로 기술을 받아왔습니다.
번개총(p.269)
룰북에 제시된 번개총에 이스족의 기술을 더한 변형형입니다. 이 번개총은 요원들이 기본 소지하는 권총(브랜드는 자율 설정 가능)과 완벽히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그립 하단에 아주 조그맣게 ‘O’라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총에 맞으면 죽거나 부상을 입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맞는 순간 정신적-우주적 환각을 맞닥뜨려 지능 판정 없이 곧바로 단기 광기 상태에 빠지면서 광기 재능을 발현하게 됩니다(펄프 룰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신체 능력이 일시적으로 강화-근력/민첩이 95로 상승-된다고 설정해 주세요). 이 번개총은 전투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획/개발되었고,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OCSS 내에서도 상층 간부 몇 사람만이 가지고 다니며 비상시 사용합니다.
KPC의 상태
KPC는 몇 차례 광기 재능이 발현되어 이성이 30 이하, 크툴루 신화 기능치가 10 이상인 상태입니다. 한 차례 장기 광기에 걸렸다 회복된 후 PC를 후배 요원으로 담당하게 되었고, 이때쯤부터 무언가 수상하다는 것을 느껴 OCSS 내부를 조사한 끝에 상층부에서 요원들을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침 OCSS에는 KPC처럼 내부 비리를 독자적으로 조사 중인 몇몇 요원들이 있었고, KPC는 그들과 접촉해 협력하며 이성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이 기관의 감시 범주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살아갈 방법, 더해서 KPC 성향에 따라 기관 자체를 쇄신하여 모든 것을 뒤바꿀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KPC가 찾아낸 열쇠가 바로 PC입니다. PC는 신입 요원이므로 아직 광기 재능을 발현시킨 적이 없고, 상층부의 음모와도 관련이 없을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덧붙어 두 사람의 관계에 따라 KPC가 PC를 신뢰했다는 등의 이유가 붙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KPC는 PC를 설득하여 자신을 돕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KPC는 시나리오 진행 중 상층부의 번개총 하나를 빼돌려 가지게 되지만, 이 번개총은 미완성 물품이었던 것을 KPC가 개조한 것이기에 사용시 조건이 붙습니다. A가 B에게 번개총을 쏘아 B의 광기 재능을 발현시키고 싶을 경우, A-B 양자가 서로를 ‘완전하게 신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입 : 발포
“타깃 입장, 30분 전입니다.”
뉴욕 중심가의 한 호텔 고층 객실. 두 사람의 소형 이어폰으로 건조한 음성이 들려옵니다.
오늘 두 사람은 밀거래 현장에 등장할 교단의 간부 한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높은 빌딩 창문은 당연히 열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환기 용으로 관리자들만이 사용하는 어닝 형식의 좁은 창 하나가 있습니다. 이 창문 역시 잠기긴 했는데… 자랑스러운 OCSS의 요원인 두 사람에게는 문제될 것 없죠. 아, KPC는 저번 임무에서의 부상으로 입원했다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창문은 PC가 여는 게 낫겠네요. PC의 열쇠공, 손놀림, 기타 설득력 있는 판정으로 창문을 열 수 있습니다.
PC가 창문을 열면, KPC는 창가에 저격총을 설치하며 오늘 임무에 대한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줍니다.
타깃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자유 RP 구간입니다. 이때 KPC는 PC를 위한 이벤트를 한 가지 준비해 주세요. PC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아래 내용은 예시 진행으로, 다소 장난스러운 성격을 띤 KPC를 염두에 두고 작성되었습니다.
예시 이벤트 : 의외성
KPC : PC 요원. 타깃을 저격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PC : …침착성?
KPC : 아니, 의외성.
그리고 씩 웃던 KPC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대뜸 PC의 이마 방향을 겨눕니다. 그가 격발 자세를 잡기까지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당황했을 PC에게 KPC는 차가운 목소리로 설명합니다.
KPC : 오늘 암살 대상은 <를리에의 재림> 간부가 아니야. 바로 너지. 상층부 결정이라 나도 어쩔 수 없어. 잘 가, PC.
그리고 KPC는 정말이지 무자비하게, 아무런 변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안전 장치를 풀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습니다. 진짜로요? 정말 쏜다고요? 3, 2, 1, 탕! (원한다면 회피, 민첩 등의 판정을 시도하게 해 주어도 좋습니다)
총구에서 쏘아진 것은… 장미꽃 한 송이였습니다! 공기총에서 느껴지는 바람이 PC의 머리칼을 헝클고, KPC는 뉴욕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한 채 깔깔 웃고 있습니다. 그러고선 다시 창가에 설치한 저격총을 점검하는 겁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래도 KPC가 선배는 선배라고, 이런 장난을 친 데엔 나름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그가 설명합니다.
KPC : 자, 신참들이 가장 실수하는 게 긴장해서 격발 타이밍을 놓치는 거다. 긴장 풀어, PC. 눈 깜빡이는 걸 의식하면 불편해지듯이, 이것도 숨쉬는 것처럼 쏴야 한다. 알아듣겠어?
이벤트가 종료되면 다시 이어폰을 통해 “XX분, 타깃 1층으로 입장했습니다.” 라는 안내가 들립니다. 기왕이면 위에서 ‘입장 30분 전’이라고 했으니, 정말 2~30분간 롤플레잉을 진행하다 타이밍에 맞춰 시각과 함께 안내해 주면 멋진 연출이 되겠네요.
잠시 기다리다 보면 상대편 건물의 목표인 세미나실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인물들 몇 사람이 줄지어 들어와 자리를 잡습니다. KPC가 저격하는 장면을 ‘아무튼 멋있게’ RP해주세요! 사격 판정 등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펄프 기능을 활용하면 더 멋지겠죠!
타겟이 목표대로 저격당하자 세미나실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상대편 경호팀은 곧바로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지만, 이미 KPC는 빠르게 저격총을 해체하고 PC와 함께 객실을 나섭니다. 민첩 판정 2회를 두 사람이 모두 성공할 때까지 시도해 주세요!
두 사람은 무사히 호텔을 도망쳐 나옵니다. CCTV에도 찍히지 않고, 복장도 갈아입은 후에요! 결국 오늘의 임무도 거리낌 하나 없이 무사 성공입니다. KPC는 역시 정말 에이스 요원인가 봐요. PC, KPC의 임무 수행을 바로 곁에서 지켜 본 기분이 어땠나요?
휴대폰으로 보고를 마친 KPC가 PC를 돌아봅니다. 내일의 임무를 전달할 때입니다!
임무, 록펠러 센터
록펠러 센터는 맨해튼 미드타운의 48번가부터 51번가까지를 모두 차지한 열아홉 동의 빌딩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그야말로 뉴욕 야경의 절정을 담당하는 고층 빌딩 숲 사이에서 아르데코 스타일의 컴캐스트 빌딩,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의 황금 동상을 배경으로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지요.
오늘 진입 팀으로 발탁된 요원들은 전망대가 설치된 것으로 유명한 ‘컴캐스트 빌딩’에 30분 후 잠입 예정입니다. KPC와 PC는 조금 일찍 도착해 임무 팀 요원들을 백업해 주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날짜는 2월, 얼음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곧 초봄으로 접어들 것을 예고했습니다. 겨울 팬지, 포인세티아와 목련, 카밀리아가 눈으로 흰 풍경 속에서도 저마다의 화려함을 자랑하며 피어났다 저물었습니다. 아이스링크장은 입구부터 사방에 아름다운 조명 장식을 걸어 두었고, 황금 동상 주변의 분수는 오색찬란한 빛을 뿜으며 공중으로 뿜어 오릅니다. 연인들끼리, 가족들끼리 손을 잡고 웃음을 터뜨리며 스케이트 날을 미끄러뜨리는 이곳을 보고 있노라면 뒷세계의 음모 따위는 세상에 없는 존재인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움직여야죠. 우리는 프로니까요! KPC와 PC는 총 90분 이용권을 결제했습니다. 그 정도면 진입 팀에서 임무를 수행하러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모두 체크해줄 수 있죠.
지금부터는 자유 RP 구간입니다. 손을 잡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스케이트를 타도 좋고, 서툰 사람이 있다면 이끌어 주어도 좋습니다. 혹은 근처의 눈을 뭉쳐 던지며 장난스럽게 굴어도 되겠죠.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진입 팀은 RP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스링크장을 옆으로 돌아 컴캐스트 빌딩으로 진입합니다. 두 사람은 진입팀 요원들이 빌딩 안으로 들어갔음을 확인하고, 소형 이어폰에 내용을 보고해야 합니다. KPC가 진행해도 좋고, PC에게 시켜도 됩니다.
2. RP를 즐기며 종종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3. 만족할 만큼 RP를 즐기고 난 후, 진입팀으로 들어갔었던 요원 중 한 사람이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온 후 이어폰을 통해 ‘임무를 완수했다’고 보고합니다. 이때 아이스링크장 예약 시간은 20분에서 30분 정도 남은 상태입니다.
3번까지의 과정이 끝났을 때, 진입팀 요원은 KPC에게 ‘채널을 C채널로 돌리라’고 요구합니다. 이 음성은 PC도 들을 수 있습니다. C채널은 정보송수신시 비밀을 엄수할 필요가 있는 기밀 보고를 하기 위해 별도로 만들어 둔 라인입니다. KPC는 의아한 기색으로 이어폰을 조작하고, 이후의 보고는 PC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KP 정보
KPC에게 연락한 진입팀 요원은 KPC와 함께 기관 상층부의 비리를 캐고 있는 동료입니다. 그가 전해준 내용은 이렇습니다. 얼마 전 KPC가 간부진 PC에서 기밀 파일을 빼돌린 흔적을 간부 중 한 사람이 발견했다. 상황이 아주 위험하니 도망을 치든 작전을 결행하든 해라.
KPC가 빼돌렸던 기밀 파일은 OCSS가 이스족과 연계하여 이성이 완전히 무너진 요원들을 연구 자료로 쓰던 파일입니다. 동료가 전해 준 정보를 통해 KPC는 그간 준비해 왔던 작전을 결행할 각오를 다집니다. 바로 내일, 기관에서 번개총 기술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빼돌려 도주할 작정입니다(이 시점까지 KPC는 번개총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아직 실물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후 기관과의 협상을 통해 자신을 안전하게 놓아 주도록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PC가 ‘무슨 내용이었느냐’고 묻지는 않겠지만, 묻더라도 기밀 정보라며 대답해 주지 마세요.
이후 KPC는 PC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록펠러 센터 근처의 근사한 고층 레스토랑에 가자거나, 카페에 가자고 권하거나, 혹은 예약 시간이 남았으니 30분간 마저 스케이트를 타자고 해도 좋습니다. 원하는 대로 장소를 골라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RP를 진행해 주세요.
KPC는 내일 번개총을 빼돌린 후 기관에서 달아날 결심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겠죠. 좋은 요원이라면 항상 여러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법입니다. 따라서 RP를 진행하는 동안 KPC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남겨 주어야 합니다. 아래 내용은 예시 대사입니다. KPC 성향에 따라 변경해 주세요.
“PC, 그간 선배로서의 나를 어떻게 생각했어? 한번 평가해 봐. 이제 너도 슬슬 독립해 혼자 작전에 투입될 때가 됐잖아.”
“…한 가지 묻자. 만일 내가 작전과 관련 없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고 쳐봐.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의심하거나, 평가하거나, 돌아서기 전에… 내게 왜 그랬느냐고 한 번쯤은 질문해줄 수 있어?”
“…그래, 네 대답이 그렇다면 된 거야. 자, 우리는 서로 소유하지 않아. 하지만 비겁하지도, 용기가 없지도 않은 사람들이지. 당당히 고개를 들고, ‘그래, 인생은 현실이야’ 라고 마주볼 수 있을 거야. 너 홀로 판단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지금 내 말을 기억해.”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 난 볼 일이 있어 5번가에 다녀올 거야. 넌 집으로 곧장 복귀하도록.”
KP 정보
위 대사 중 기울임 처리가 된 ‘우리는 서로 소유하지 않아~’는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유명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손꼽히는 명대사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그리고 실제 명소이기도 한 티파니 보석 매장이 바로 맨해튼 5번가에 있습니다. KPC는 자신이 간부진 컴퓨터에서 빼돌렸던, ‘OCSS가 이스족과 연계하여 이성이 완전히 무너진 요원들을 연구 자료로 쓰던 파일’ 이 담긴 SD카드를 오늘 이 매장의 직원에게 맡겨 둘 예정입니다. 자료를 PC에게 넘겨 주기 위해서입니다. 매장 직원과 KPC는 미리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설정이지만, 이 매장 직원은 OCSS나 기관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반인입니다. 연관 없는 사람에게 맡겨 두어야 꼬리를 밟힐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단서가 되는 내용이므로, 이 대사와 ‘5번가에 간다’는 내용은 꼭 전달해 주세요.
이게 다 무슨 말일까요? KPC는 어째서 이런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일까요? 로맨틱하고 가슴 설레는 야경에, 간단한 임무. 마지막 대화만 아니었다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었을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어쨌든, 내일은 간만에 휴일입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 쉬도록 합시다.
배반
다음날 아침, 시끄러운 벨소리와 함께 PC는 눈을 뜹니다. 아, 오늘은 늦게까지 자도 되는 날이었는데 어째서! 발신자는 직장 선배네요. 전화를 받아 볼까요?
전화를 받자 전화 너머가 아주 시끄럽습니다. 경보 벨이 울리고, 누군가 뛰어가는 소리, 고함을 치는 소리 등이 섞여 엉망입니다. 선배가 외칩니다.
“젠장, KPC 어딨어! 어제 너랑 임무나간 거 아니야?! 마지막으로 어디서 봤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PC 성향에 따라 곧이곧대로 록펠러 센터가 마지막이었다고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고, 둘러댈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향이든 대답을 들은 선배는 이렇게 말합니다.
“KPC, 그 자식이 차장님을 죽이고 도주했어!”
차장님을 죽이고 도주했다니요? 차장이라면 KPC와 PC가 속한 근무팀 3팀을 묶어 관할하는 간부 중 한 사람입니다. 선배가 말을 잇습니다.
“지금 여기 난리 났어. 발견 즉시 생포하고, 정말 여의치 않을 경우엔 사살하라는 명령까지 내려왔다고! 오늘 몸조심하고, 혹시라도 KPC한테 연락 오면 바로 이쪽으로 알려. 내일 두 시간 빨리 출근하고!”
선배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양입니다. 마구 쏘아대듯 말하고, 답을 할 겨를도 없이 뚝 끊긴 전화에서는 신호음만 들릴 뿐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KPC가 간부를 죽이고 도주했다니, 도대체 왜요? 어제 좀 이상한 대화를 하긴 했지만, 아주 정상적으로 임무를 끝마치고 헤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때 자연스럽게, 어제 헤어질 무렵 KPC와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한 가지 묻자. 만일 내가 작전과 관련 없는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고 쳐봐.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의심하거나, 평가하거나, 돌아서기 전에… 내게 왜 그랬느냐고 한 번쯤은 질문해줄 수 있어?”
“…그래, 네 대답이 그렇다면 된 거야. 자, 우리는 서로 소유하지 않아. 하지만 비겁하지도, 용기가 없지도 않은 사람들이지. 당당히 고개를 들고, ‘그래, 인생은 현실이야’ 라고 마주볼 수 있을 거야. 너 홀로 판단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지금 내 말을 기억해.”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 난 볼 일이 있어 5번가에 다녀올 거야. 넌 집으로 곧장 복귀하도록.”
너 홀로 판단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지금 내 말을 기억해.
어쩌면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일지 모릅니다. 어제까지 멀쩡한 얼굴이었다가 오늘 난데없이 차장을 죽이고 도망쳤다는 KPC, KPC의 위치를 캐묻는 선배, 죽었다는 간부…….
잠깐, 그런데 KPC의 마지막 말 말이에요. ‘우리는 서로 소유하지 않아. 하지만 비겁하지도, 용기가 없지도 않은 사람들이지…….’ 어디서 많이 들어 보지 않았나요? 게다가 5번가에 다녀온다고 했었잖아요?
예술 관련 기능이 있는 PC, 혹은 평소 영화, 문화생활 등을 좋아하는 설정이 있는 PC라면 자동 지능 판정/관련 기능 판정에 들어갑니다. 관련한 설정이 없다면 휴대폰으로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자료조사 판정을 사용합니다. 성공할 때까지 시도 가능하지만, 1회 시도할 때마다 시나리오 내에서 10분이 흐릅니다. PC의 집에서 티파니 매장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판정을 마치고 티파니 매장에 도착할 때까지 50분이 넘게 걸릴 경우, 근처에서 쫓기던 KPC가 다쳐 체력 -2, 팔에 부상을 입은 채 오늘 밤 PC 앞에 나타납니다.
판정에 성공한 순간, PC는 KPC의 마지막 말이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명대사라는 사실을 깨닫거나 찾아내게 됩니다. 더불어 맨해튼 5번가에 작중 명소인 ‘TIFFANY&CO’ 매장이 있다는 것까지요. 어쩌면 KPC는 PC에게 이 장소를 암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PC가 매장으로 향할 수 있게 자연스럽게 유도해 주세요.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헵번이 창문을 들여다보며 크루아상을 먹던 바로 그 컷, 맨해튼 5번가 명소 중의 명소 ‘TIFFANY&CO’ 매장입니다. 들어가 볼까요?
내부는 뉴욕의 야경을 그대로 작게 좁혀 진열장 안에 넣은 듯이 찬란하기만 합니다. 티파니의 상징과도 같은 흰 리본과 하늘색 상자로 포장된 가방, 우아한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 반지…….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여주인공 홀리 고라이틀리는 티파니 매장을 두고 ‘나쁜 점이 하나도 없는 세계 최고의 장소’라고 일컬었죠.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KPC나 죽은 차장과는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최근에 보석과 관련된 임무가 있었는지 떠올려 봐도 생각나는 것은 하나도 없네요. 이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매장 직원에게 말을 걸어봐야겠는데요! 우선은… 어쨌든 KPC를 아는지 떠봐야겠죠?
적절한 대화/RP, 혹은 대인 기능 판정을 통해 매장 직원에게서 ‘KPC가 후배 PC에게 건네주기 위해 맡겼다는’ SD카드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SD카드라면 휴대폰에 꽂아 봐야겠죠. 내용을 확인해 볼까요?
내용을 전부 확인한 PC는 이성 판정 1/1d2를 진행합니다.
이후로는 카페에 들러도 좋고,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도 좋고, 서점이나 영화관 등에 들르든, 집으로 바로 돌아가든 상관 없습니다. 자유롭게 진행해 주세요. 어쨌든 최종 목적지는 집이어야 합니다.
히어로의 고충
PC는 싱숭생숭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 문을 열려던 무렵,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PC의 입을 틀어막는 게 아닙니까(KPC입니다)! 어찌나 단단하게 껴안고 있는지 반격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PC가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유도해 주세요. 반격, 공격, 무엇이든 좋습니다. 전투 상황까지만 가지 않으면 됩니다. 어쨌든 속박에서 벗어난 PC가 돌아보면 그곳엔 KPC가 서 있고, 무어라 말을 하려 해도 조용히 하라면서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댑니다. 그리고 아주 의미가 분명한 손짓을 해 보입니다.
네 옷에, 도청기, 달려 있을 거야.
KPC와 PC의 성향에 맞게 RP하여 구간을 넘어가 주세요. 어쨌든 PC는 KPC에게 잠시라도 협조하여 KPC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 주어야 합니다. 휴대폰에 글을 적어 보여주든, 손짓을 하든 PC를 설득해 보세요.
집으로 들어온 후에도 KPC는 쉽게 입을 여는 대신 집안 곳곳을 뒤지며 도청기나 감시카메라가 없는지 살핍니다. PC도 돕게 해 주시고, 필요하다면 관찰 판정 등을 시도해 발견해낸 도청기 몇 개를 뜯어내게 해도 좋습니다. 이 시점에 OCSS에서 신참 직원인 PC를 그렇게 의심하고 있지는 않지만, KPC와 사수-부사수 관계였던 만큼 약간의 감시를 위해 설치해 둔 것입니다.
1차적인 처리를 완료하고 난 후, KPC는 PC에게 약간의 진상 설명을 해주세요. 전달해야 할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PC가 원한다면) SD카드 속 자료에 대한 부가 설명, ‘증폭 상태’ 에 대한 설명
- 자신의 상태 및 목적(진상-KPC 부분 참조) (단, 번개총과 관련된 부분은 제외하고 이야기해주세요)
- 차장을 죽인 것은 자신이 기관과 협상하여 자유의 몸이 될 만한 수단을 훔쳐 내다 발각당해 오히려 죽을 위기에 처했었기 때문.
- 기관 내부에서 자료를 뒤지다 엿들었는데, <를리에의 재림> 교단이 숨겨 둔 어떤 불순한 장치가 뉴욕 시 내에 있다는 것 같다. 정확한 효과는 모르지만 아마 넓은 범위에서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장치인 듯. 그런데 OCSS에서 이 장치가 얼마나 효과를 가지는지 관찰하고자 장치를 제거하지 않고 잠시 그들의 음모에 편승한다는 것. 아마도 비상시 요원들에게서 ‘증폭 상태’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에 대해 연구중인 것 같은데, 그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교단의 음모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임. 일단 본부에 잠입해서 관련 자료를 더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 보다시피 나는 본부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PC가 KPC를 도와줄 수 있는지?
그러니까, 지금 OCSS의 비리도 털어야 하고, <를리에의 재림>이 벌이고 있는 알 수 없는 음모도 해결해야 한다는 건가요? 이럴 수가. PC가 이 도시의 히어로도 아니고, 시리즈물 주인공도 아닌데, 말단 요원 인생에 갑자기 이런 이벤트가 찾아와도 되는 건가요? 추가수당도 안 받는 근무를 왜 뛰어야 하느냐고요! KPC의 설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장 최근에 입사했고, 때문에 상층부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을 가능성이 큰 사람이 바로 PC이므로 도와줄 사람도 PC뿐이라는 어필을 강하게 해 주세요.
‘내일 출근 후 보안 구역으로 잠입하여 관련 자료를 빼돌려 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합니다.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면 PC에게 카드키 한 장을 전달해 주세요. ‘내일 돌입시 KPC는 근처에서 노트북과 이어폰을 통해 PC를 보조해 줄 예정이며, 그 카드키는 본부 보안 구역으로 입장할 때 쓰는 카드키를 복사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면서요.
KPC는 지금 집부터 고향까지 전부 감시당하는 중이므로 PC의 집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세요. 이후로는 자유롭게 RP한 후 잠들면 됩니다.
Lets here it for New York!
다음 날, PC는 평소처럼 출근해 퇴근 시간까지 일합니다. 작전은 사람이 적은 시간인 퇴근 시간 이후 시작이에요.
OCSS의 본부는 맨해튼의 한 언론사 빌딩 상층부로, 대공시설이 있어 제일 꼭대기층부터 그 아래로 10층까지는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져 있으나 실은 OCSS가 위장하여 사용 중입니다. 한편 KPC는 건물 옥상으로 잠입하여 연결된 이어폰을 통해 PC를 보조 중이고요. 잠시 잡담 RP를 하며 연결된 이어폰 상태를 확인해 주세요. 이후로도 PC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어폰을 통해 PC의 상황을 확인하고 농담을 거는 등 다양한 대화를 곁들여 주시면 재미있는 RP가 될 것입니다.
「아마 교단이 숨겨 뒀다는 장치 관련 자료는 1차장실 컴퓨터에 있을 거야. 거기 근처에서 엿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우선 1차장실을 목표로 잡으면 되겠네요. 보안 구역으로 진입해 볼까요?
보안구역
보안 구역은 건물 최상층으로, 계단 앞에 요원 한 사람이 지키고 있습니다. 요원은 뻣뻣한 태도로 PC를 아주 수상히 여깁니다. 대인 기능 판정, ‘보안 구역에서 무얼 찾아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RP 설득을 통해 지나갈 수 있습니다. 정 안 되면 근력 판정을 통해 겨루어도 좋고, 전투를 해서 물리치고 올라가도 상관 없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건물 최상층, 진입로에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여기서 어제 받은 카드키를 쓰면 되나 본데, 아니 잠깐만요! 지문인식기가 있잖아요! 이런 얘긴 없었잖아! KPC에게 따져 보자고요!
「잠깐 기다려, 지문인식기는 지금 해제 중이니까.」
노트북과 해킹장치를 잔뜩 들고 오더니 이럴 때 써먹으려고 하던 거였군요. 그런데 이때 보안 구역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젠장, 빨리 해제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다고요! 적당히 PC의 심장을 조여 준 후(좀 놀려 줘도 재밌겠네요) 지문인식기를 해제해 주세요. 카드키를 넣고 들어가면 됩니다. 지나가던 발소리는 보안 구역 출입이 가능한 요원들이 움직이는 소리이므로, 민첩 또는 은밀행동 판정을 통해 들키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1차장실
「지금 있는 복도, 쭉 가서 코너 꺾어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1차장실이야. 비밀번호는 4자리, 823으로 시작하는데 끝번호를 몰라.」
또 고난의 연속이네요. 1차장실 앞으로 가면 과연 문에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얼른 생각해 보면 경우의 수는 10가지로 별로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지만, 몇 번 틀리면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 같은 게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참고로 KPC도 PC도 모르지만 비밀번호는 8235입니다. 찍기로 3회 이내에 맞힌다면 별도 판정 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행운 판정을 통해 성공하면 비밀번호를 풀 수 있고, 혹은 근력 판정 및 열쇠공 판정 등으로 문을 부수거나(…) 따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쨌든 내부로 진입하면 일반적인 사무실 크기 및 구조와 비슷한 방이 PC를 맞이합니다. 컴퓨터가 한 대 있네요. 전원을 켜 보면 어두운 방에서 비밀번호가 걸린 모니터가 반짝입니다.
「그냥 전원 켜고, 내가 카드키랑 같이 준 USB 꽂아. 여기서 암호 해제해서 아예 자료를 복사해 볼 테니까.」
그런 일이 USB 하나 꽂는다고 가능한가요? 잘 모르겠지만 OCSS에서 기고 구르던 KPC의 기술력이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합시다. 시키는 대로 USB를 꽂아 두고, PC는 그동안 캐비닛이나 서랍 따위를 뒤져 보게 해주세요.
그런데 그 순간, 최상층 전체에 요란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뭐야, 무슨 소리야?!」
이어폰을 통해 KPC도 소리를 들은 모양입니다. 목소리가 다급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직 컴퓨터 암호는 해제되지 않았고, PC는 혼자인데요! 어떻게 하죠?! 머뭇거리는 사이 1차장실 문이 거세게 열립니다. 그리고 열 명도 넘을 것 같은 요원들이 PC에게 총을 겨눕니다!
요원들을 통해 ‘너는 포위됐고,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말하라’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주세요. 이때 이어폰으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앙카 박아 뒀으니까 3분, 아니 1분만 시간 끌어.」
잠깐만. 앙카를 박아 뒀다고요? 그거… 건물에 와이어 타고 침입할 때 쓰는 도구 말하는 거잖아요?! 이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야? 하지만 대답을 할 수도 없어요! 눈 앞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걸요!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합시다. PC가 어떻게든 필사적인 롤플을 통해 현실 시간으로 3~5분 정도 대치 상태를 질질 끌 수 있도록 유도해 주세요. 그리고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즈음…….
쨍그랑!
아, 고층 빌딩 사이의 강풍이 밀려 들어옵니다. 완전히 박살난 창문 유리가 바닥을 별자리처럼 수놓습니다.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 사이로 창턱을 밟는 워커가 보입니다. 유리를 뒤집어쓴 바람에 다친 요원, 놀라 총구를 들이미는 요원, 사람을 부르러 뛰어가는 요원…….
그리고 우리의 KPC가, 와이어에 매달린 채 창문 위에 서 있습니다. 찬란한 뉴욕의 광휘를 어깨에 걸고, 보석처럼 흘러내리는 빌딩숲 불빛을 머리카락으로 반짝반짝 반사시키면서요. 어처구니없게도 깨진 창문을 통해 바라다보이는 뉴욕 야경은 사람을 홀려버릴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PC, KPC에게 당신 미쳤냐고 물어도 됩니다. KPC는 이미 반쯤 돌아 있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이 정신 나간 짓을 시작한 거니까요.
물으려면 지금이에요.
왜냐하면,
“PC, 나 믿지?”
KPC가 PC에게 총구를 들이댔기 때문입니다.
무어라 부정하거나 항변할 겨를도 없이, 이번에도 손가락은 방아쇠를 당깁니다. 또 꽃이 튀어나올까요? 아니요, 이번엔 진짭니다! 복부를 총알이 파고드는 것 같은 끔찍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설마 이대로 죽나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 점점 정신이 흐려집니다. 너무, 너무 아프고, 너무 뜨겁고, 너무…
너무…….
너무 활기가 넘칩니다.
온몸의 피가 평소보다 다섯 배는 빠르게 도는 듯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지나치게 느리게 움직입니다. 손만 휘둘러도 종잇장처럼 구겨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KP 정보
당연합니다. KPC가 PC에게 쏜 총은 번개총이니까요.
PC에게 광기 재능이 발동합니다! 요원 2D3명(근력 70/민첩 70/근접전 65/사격 60)과 전투를 진행하되, PC의 근력/민첩은 95로 고정, 사격(권총) 판정시 무조건 추가 보정치 2D5가 들어갑니다. 기타 기능도 무엇이든 좋으니 PC의 먼치킨력을 상승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보정을 추가해 주세요. PC 입장에서 완전히 압살해 버릴 수 있도록, 호쾌하고 대단한 액션 장면 연출이 될 수 있도록 신경써 주세요!
PC가 전투를 진행하는 동안, KPC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간부진과 협상합니다. 전투에 집중하느라 잘 들리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네요.
“다 꺼져, 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거야! 이대로 우릴 막으면 여기서 진행하던 연구고 뭐고 다 까발릴 줄 알아. 날 죽여도 소용 없어! 내가 죽는 즉시 미리 제보해둔 내용이 언론사를 통해 공개되도록 조치해 뒀으니까! 99, 100!”
철두철미하기도 하지요. 다 좋은데 마지막의 99, 100은 뭐죠? 아, 파일 복제가 끝났나 봅니다! KPC가 USB를 뽑아 챙깁니다. 그러더니…… 전투가 끝난 PC를 덥석 끌어안는 게 아닙니까? 이건 또 뭐 하는 거죠? 아, 벨트에 안전장치를 채우네요. 잠깐, 잠깐. 그렇다는 건…….
“PC, 나 믿지?!”
이제 저 대사도 지겨워요! 이런 젠장, KPC가 PC를 껴안고 와이어를 붙잡은 채 창문 바깥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신 미쳤어?
이번에야말로 미쳤느냐고 화를 내도 됩니다. 예고도 없이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게 어딨어요! 어쨌든 두 사람은 어디 한 군데 부러지지 않고 USB와 KPC의 노트북까지 안전히 지킨 채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상황이 급해요.
“일단 타! 자료는 타서 보게.”
차는 또 언제 준비해 뒀을까요? KPC는 SUV 차량 한 대의 문을 열며 급히 말합니다. KPC는 자료를 확인해야 하니, 운전대는 PC가 잡는 게 좋겠네요.
두 사람이 우선 차량에 탑승하고, KPC는 USB를 노트북에 꽂아 내부 자료를 확인합니다. 함께 볼까요? 이런 내용이네요.
자료를 다 읽었을 때, 탕! 총탄 소리가 들립니다.
“아직도 포기를 못 했단 말이지! PC, 출발해! 센트럴파크로 가면 되겠네!”
지금부터는 추격입니다! 다행히 잘 정비된 뉴욕 시내라, 출발 지점에서 센트럴파크 베데스다 분수까지는 직선으로 10분 정도 쭉 달리기만 하면 돼요. KPC와 PC는 SUV 차량, 뒤쫓는 요원 두 사람은 오토바이에 탑승했습니다. 멋진 액션이 될 수 있도록 연출에 신경써 주세요!
KP 정보
추격 룰은 정말 하고 또 하고 보고 또 봐도 헷갈려서 미비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P.130을 확인하시고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여 진행해 주세요!
뉴욕 시내 추격표
1칸 : 뉴욕 시내의 지독한 교통 체증을 잊었어요! 출발하자마자 신호에 걸렸습니다. 특별한 판정은 필요 없이 기다린 후 출발하면 됩니다.
2칸 : 차가 너무 막힙니다! 운전 판정을 통해 요리조리 차선을 변경해 나아갑니다. 실패했다면 이동 행동을 1개 소모합니다.
3칸 : 이럴수가,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어요! 민첩 판정, 운전 판정 등을 통해 피해야 합니다. (실패한다고 해도 사람을 치지는 않습니다… 이동 행동을 소모하는 등으로 리스크를 주세요.)
4칸 : 공사 중인 구간입니다!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빠져나가기 위한 판정은 필요하지 않지만, 이때에는 쫓아오던 요원들이 총을 쏩니다! 피하기 위해 다양한 판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5칸 : 바로 앞차가 지나치게 느리게 운전하고 있습니다! 추월해야겠어요. 운전 판정, 혹은 기타 타당한 판정을 통해 앞지릅시다!
이때 전투나 추격전에서 체력을 전부 소모했더라도 가능한 회복하고 엔딩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주세요!
엔딩 : 베데스다의 심장을 쏴라
천신만고 끝에 두 사람은 센트럴 파크에 도착했습니다. 차갑고 기분 좋은 늦겨울 공기가 머리칼을 넘실거리게 하고, 손을 잡고 산책 중인 가족이나 연인들이 웃고 있는 건 꼭 록펠러 센터 앞의 아이스링크장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날도 실은 두 사람 모두 수상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네요.
‘물의 천사’ 상이 있는 베데스다 테라스로 향합니다. 멋진 동상이고, 오래된 역사가 있지만 아쉽게도 내부에 수상한 장치가 존재한다 이거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KPC가 가지고 있는 번개총을 직접 동상에 쏘아 버리거나, 번개총을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쏘아 높아진 근력으로 내부의 장치를 꺼내 부수든가……. 그 소란을 피우고 있으면 당연히 경찰들이 오겠죠. 도망치면 됩니다! PC는 아마도 미칠 것 같은 기분이겠지만, KPC는 다시 차량에 탑승하면서 큰 소리로 웃네요! 상쾌한 밤공기를 맞으며 막 산책을 마친 사람처럼요!
“뉴욕은 구했지만, 직장도 잃고 집도 잃었네. 어쩌면 앞으로 쭉 쫓기며 살지도 모르고.”
잠깐, 그건 PC도 같은 처지잖아요! 얼결에 휘말렸다고요! 무어라 항변하든 KPC는 씩 웃으며 기지개를 켭니다.
“자, 돌아갈 곳도 없어졌는데 우리 같이 사업이나 해 볼까?”
후기
정말 오랜만에 시나리오를 배포하네요. 격조했습니다! 영화 <도둑들>의 예니콜 와이어 액션 씬을 정말 좋아합니다… 거기서 시작된 시나리오예요.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서정적인 연출에 강하지 호쾌한 액션 활극이나 재미있는 조사 추리는 잘 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CoC 시나리오를 쓰고 배포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이번 시나리오도 후반부 쓰는 게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모자란 부분은 플레이해주시는 분들께서 잘 메워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헌정 시나리오입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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